11월 22일(토) 15시
사회혁신가들의 리얼쌩고생 스토리를 들어보기 전에~~
다같이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운동 단체인 Young Foundation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에 대한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가장 탄탄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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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많이 아쉬움을 남기는 책으로도 유명하죠...
번역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제작소에서 열심히 번역해서 2011년에 출간해주었습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좋은 책들이 국내에 소개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다들 같이 읽어보고 사회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시고 모임에 참여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
이 책에 대한 독특한 서평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기존 관념을 깨뜨리는 다소 새로운 시각을 많이 던져주는 블로거
서초3동천재소년의 철학공작소(http://sc3genius.egloos.com)의 글입니다.
이 번 모임을 위해서 특별히 써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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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이 책은 ‘사회 혁신’이라는,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사회활동을 소개한다. 제목에서 곧이곧대로 드러나다시피 사회 혁신의 개념(사회 혁신이란 무엇인가)과 중요성(왜 필요한가),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론(어떻게 추진하는가)을 차례로 제시한다.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하자면, 이 말은 멋지지만 의미가 그렇게, 대단히 명확하지는 않다. ‘사회social’란 우리가 아는 대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다. 좋든 나쁘든 모든 사회는 어느 정도의 시스템과 규칙을 갖고 있고(이 점에서 동물 집단과는 다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한다.
여기에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이 붙었는데, 혁신이란 획기적인 변화, 혹은 획기적으로 무엇인가를 변화하게 하는 행동을 말한다. 그러니까 혁신이란 무엇이 되었든 그걸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회 혁신’이란 그 자체로는 ‘사회를 바꾼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뜻이 없다. 그게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사회 혁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별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혁신’과 비슷하면서 다른 ‘혁명revolution’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하다. ‘혁명’에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분위기가 있으니 말이다(피와 화약, 붉은 깃발 등등…).
사회 혁신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행동이다. 이 점에서는 혁명과 비슷하다. 하지만 혁명과는 다르게 총으로 누굴 쏘거나 무엇인가를 때려부수지 않는다. 비슷하게 크게는 정부에서부터 작게는 조기축구회에까지 사회에 있는 여러 조직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혁신은 조직의 안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혁명과 다르다. 혁명의 무기는 총칼과 권력이지만 혁신의 무기는 아이디어다. 바로 지난 세기까지 색다른 생각을 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 골방에서 책을 쓰거나 지하에서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고, 과격한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간혹 있지만 그러면 대개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지금 사회라고 아무 문제도 없을 순 없다. 세상을 바꿀 만한, ‘혁명적’인 아이디어도 아마 어딘가에서, 어느 독창적인 사람으로부터 계속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회혁신가에게 가면 된다. 사회 혁신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다룬다. 세상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말이다.
저자는 혁신을 ‘작동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들new ideas that work’로 정의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혁신’이란 결국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사회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나 사회를 바꾸진 못한다. 그건 단순히 아이디어가 구려서일 수도 있지만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들도 가끔씩 버려진다. 반대로 처음에는 그저 그랬던 아이디어도 어쩌다 보니 널리 퍼지고, 여러 사람들이 들여다 보다 보니 점점 개량되어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는 때를 잘못 만나 1호선에서 ‘회사가 망해서 들고나왔다’는 아저씨 손에 들려 적당히 처분된다. 또 어떤 아이디어는 셀카봉처럼 사람들의 삶에 깊이 개입한다. 셀카봉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더 괜찮은 셀카를 찍게 되었고, 여러 장 찍을 걸 한두 번으로 줄여 셀카찍는 데 쓰는 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이 점에서 셀카봉은 ‘사회적인’ 아이템이다). 아이디어가 꼭 손에 잡히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아이디어는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디어는 아예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목적이 단순히 돈을 더 버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면, 사회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면 모두 사회혁신가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책이 말하는 바는 어떻게 그 좋고 착한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게 도울 것인가, 즉 아이디어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1. 책 내용 요약
저자가 스스로 요약해준 바에 따르면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좋은’, ‘착한’ 아이디어들의 결과물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든다든지,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시켜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세상을 실제로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오픈 유니버시티(우리나라의 방송통신대학)나 공정무역이 그 예이다.
두 번째는 ‘누가’, ‘어떻게’ 이런 혁신을 해냈냐는 것이다. 이런 혁신 주체들에는 영웅적인 개인도 있고, 여러 사람이 모인 단체도 있고, 단순히 기업이나 정부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사회 혁신이 단순히 비영리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착한 아이디어라고 해서 꼭 도덕적인 결과물만 내놓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그렇다고 비도덕적이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성장하면 하나의 번듯한 사회적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빅이슈>가 세계적인 잡지 회사가 되었듯 말이다. 아니면 원래 있는 정부나 시장 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예산을 절감하고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내게 해주는 게 그 결과일 것이다.
네 번째는 이렇듯 혁신은 분야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분야를 넘나들면서 서로 나눠져 있던 사회의 부분들이 소통할 때 더욱 잘 일어난다는 것이다. 혁신은 뭔가 있는 걸 없애거나 없던 걸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걸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해서 쓰는 쪽에 가깝다. ‘기존에 있던 것들’이란 기업 안에서의 여러 조직들이나 직원들일 수도, 학문의 각 분과들일수도, 아니면 서로 소 닭 보듯 하던 정부 조직과 NGO 그룹들일 수도 있다. 나누어져 있던 각 단위들이 이어지고 뭉쳐지면서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이러한 연결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자’들의 역할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면 구슬을 꿰어야 할 텐데, 구슬을 꿰려면 꿰는 끈이 필요하듯 사회 조직들이 연결될 때에도 그들 사이의 도킹을 중재할 특별한 개인, 혹은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는 사회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연결자’들의 활동에 주목한다.
여섯 번째는 사회혁신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장의 50~80%가 혁신과 신지식에서 나온다고 한다. 수치를 빼놓고서라도 과거의 신기술이 세상을 바꿔놓는 데에는 단순히 기술 혁신뿐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나 사회 모델도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전화기를 예로 들면, 알렉산더 벨은 단순히 전화기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AT&T라는 걸출한 회사를 만들었고, 전화사업이라는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사람들이 전화기를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일곱 번째는, 그런데 놀랍게도 사회혁신이라는 분야가 아직 한참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단순한 무관심이나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버려지고 있으며, 사회혁신을 추진하는 특별한 기구나 펀드가 없음으로 인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더 악화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 책이 쓰여진 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 여덟 번째로 사회혁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 개념과 사회혁신이 실제로 작동하는 분야를 소개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사회혁신이란 개념을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게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놓았고, 지금 그쪽 바닥의 현황은 어떠하며, 앞으로 더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이 책이 전제하는 현실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사회에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우며 그 아이디어를 가공해서 사회에 내놓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든, 역사의식이든, 정의감이든, 아니면 그냥 유명해지고 싶어서이든 우리가 사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먼저 오늘날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좀 알아야 한다. 저자는 혁신이 기업, 재단, 정부, 학계, 시민조직 등을 통해서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실제로 지배하는 건 무엇인가? 신이라고 생각하면 기도를 하면 된다.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그 비밀을 캐내시면 된다. 만약 기업과 재단, 정부, 학계, 시민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2. 저자의 아이디어
이 책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여럿 있다. 이 아이디어들은 ‘사회’라는 추상적인 단위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많은 조직들(학교, 교회, 직장, 동아리…)을 더 효과적이고 민주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Idea 1) 혁신은 늘 현재의 일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만족스럽고 안정된 세상에서는 혁신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들이 악화되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사회 조직들의 시각이 당장의 문제보다는 과거의 문제들에 맞춰져 있을 때, 혁신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된다”. 말하자면 모든 시스템은 어떤 현실에 당면해 있다.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은 그 때의 시점에서 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늘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문제도 해결되거나 변화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떤 시스템도 영속할 수 없으며 새롭게 제기되는 현실의 변화에 응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좀 추상적인데, 예를 들자면 한창 뜨거운 공무원 연금 문제를 끌어올 수 있다. 지금의 공무원 연금 공단은 8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그때 만들어진 제도를 큰 틀에서 아직까지 쓰고 있다. 당시의 공무원 직종은 사기업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과 기본권 제한(정당활동 금지 등)으로 인해 인기가 낮았고, 공무원 연금은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이자 젊은 구직자들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국민연금에 비해 후하게 설계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80년대 당시의 상황은 어느 정도는 아직 유효하지만 또 어느 정도는 더 이상 무효하다. 따라서 개혁을 해야 한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그에 근거해서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여전히 추상적이기는 한데, 연금 문제가 지금의 주제는 아니니까).
이외에도 지금의 관점에서는 너무 낡아 버린 시스템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단순히 그것들을 다시 꺼내서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보는 것 만으로도 문제를 찾아낼 수 있고 그렇게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는 것, 혹은 단순히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을 이룰 수 있다.
Idea 2) 무엇이 혁신을 가로막는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 뿐 아니라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에 대해서도 알면 좋다. 가로막는 사람들도 바보나 악당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꼰대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요인(장벽)은 효율성이다. 역시 인용하자면 “사람들은 대로 가장 매력적인 개혁조차 거부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악화시킬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요소들이 장시간에 걸쳐 서로 최적화되어 있다. 기업 운영에 대한 세부 내용들, 전문가들을 훈련하고 보상하는 방법, 법이 제정되는 과정, 가족들이 각자의 시간을 꾸려가는 방식, 그리고 일상생활의 수많은 측면들이 서로 연계해서 진화해온 것이다. 새로운 접근은 아무리 잘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현실사회나 경제체제의 미묘한 상호의존성과 비교해 보면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스템은 고정된 채로 오랜 시간을 존속해 왔다. 사람들의 생각도 그 방식과 절차에 맞추다 보니 그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익숙한 것을 없애려는 시도는 사람들에게 늘 위기감을 선사한다. 이 위기감은 단순히 불안한 감정뿐만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이 갖고 있던 나름의 장점에 대한 공격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새로 얻은 것이 쓸만하다는 걸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지 않다. 이는 혁신하는 사람 자신에게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혁신하는 사람 역시 초반에는 익숙한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하며, 새로운 방식이 자리잡아서 이전 방식을 대체하기까지의 시간, 즉 전환기 동안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롯한 회의적인 눈초리를 이겨내야 한다. 수많은 혁신 시도들이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거나 점진적이고 소극적인 ‘개선’으로 만족해야 했다. 따라서 이 전환기를 이겨내는 방법이 사회혁신 연구에서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연구자들은 지지자들에게 의지하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요인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운동은 돈을 다루게 되고, 운동이 지속되고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거기에 밥줄을 매단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이윤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운동이나 공익 목적의 활동, 심지어 종교 운동에 이르기까지 그 일을 ‘업job’으로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이들에게는 조직의 변화가 곧 생계와 신변의 변화이므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조직에서는 변화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계층이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했다. 역시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누구든 쿨할 수 없는 법이다.
세 번째 요인은 ‘마음’이다. 이건 좀 독특한데, 사람은 어떤 사회 시스템 안에 오래 있다 보면 그걸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삼는 경향이 있다. 어깨에 완장을 차면 자연스레 좀 으쓱해지듯 말이다. 시스템은 단지 사람들이 일을 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속해있는 전체이기도 하다. 시스템은 사람에게 소속감을 제공한다. 특히 성공한 시스템일수록 더 그렇다(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 새삼 짠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안정을 갈구하고, 그런 마음 속에 붙어 있는 일종의 보수적 본성인 셈이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할 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낯섦과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반감의 기초가 된다.
네 번째 요인은 ‘관계’이다. 관계는 조직이 성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좋은 관계는 일 처리를 더욱 효율적이고 매끄럽게 해 준다. 특히 정부와 사회 조직의 사이에서 일을 진행시키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된다. 그러나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고자 할 때, 특히 급진적인 변화를 일으키려 할 때에는 저해 요소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로 이용된다.
Idea 3) 그럼에도 혁신을 일으키는 건 무엇인가?
상기한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혁신은 일어난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 위의 네 가지 장벽이 모두 전환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그 ‘어떤’ 상황이 도대체 언제인지는 이야기해준 바가 없다. 다만 그 때가 왔을 때 위의 네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묘사할 뿐이다.
그때가 오면 첫 번째로, 시스템의 문제가 누적되면서 효율성이 감소한다. 이 때 기존의 체제에서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들은 이를 은폐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열함으로써 변화에 저항한다. 보통 사람들 역시 불만족스러운 결과에 그럴싸한 변명을 덧붙임으로써 ‘인지적 불협화음cognitive dissonance’을 극복하려 한다(체제 유지가 자기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엘리트들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여기에 동조한다는 게 재미있다. 기존의 체제가 주는 이익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더라도 오래된 체제가 주는 ‘안정성’은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서 노년 빈곤층이 복지예산을 깎겠다는 정당에 표를 주는 이유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모순이 표면화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감추기 어려운 때가 온다.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감소하고 정부의 경우 재정 위기나 정통성 시비 등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제도가 정당성을 잃어가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혁신은 동력을 얻는다. 반대로 모순이 아직 수면 아래에 감추어질 수 있는 정도라면 혁신을 위한 동력이 아직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셈이다.
이 때부터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욱 활발해진다. 성과가 감소하면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 역시 혁신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따라서 대안 모색이 시작되는데, 주로 사회적 약자와 젊은이들, 비주류 계층에 가까울수록 혁신에 우호적이다. 이 때 작가나 시인과 같은 예술가들이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작업은 이미지와 은유, 상상력을 활용하며 사람들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데 도움을 준다. 보통 예술적 창작에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다시 말해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다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예술이다. 마르셀 뒤샹의 <샘>같은 작품이 그 예이다. <샘>이 가진 여러 의미 중 하나는 기존의 예술 관념, 즉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즉 ‘예술이란 ~이다’라는 기존의 굳건한 관념에 저항하여 ‘그러면 이런 건 어떤가?’라는 물음을 던진 셈이다. 뒤샹의 시도는 성공했고, 지금 우리는 19세기와 비교해서 매우 다른(훨씬 넓은) 예술 관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가치는 조금씩 깎아내려지고,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할수록 오래된 사회적 관계들은 더 이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게 되므로 기존의 관계 역시 해체되기 시작한다.
Idea 4) 아이디어는 어떻게 사회 혁신이 되는가?
상기했다시피 사회 혁신의 시작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그걸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실제 세상으로 나와 제대로 된 파급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자는 이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먼저 불만족의 풀에서 아이디어를 낚아 올리는 것이다. 불만족은 기아나 노숙, 질병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부터 인종차별과 가정폭력 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어느 구석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캠페인이나 운동은 이러한 문제를 표면으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이다. 좋은 혁신가란 먼저 다른 사람들이 짚어내지 못한 문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감추어져 있던 욕구들을 짚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먼저 그 문제를 자신이 깊이 느낄 수 있어야 하므로 감정 이입은 혁신의 중요한 시작 지점이 된다. 정말 좋은 해결책은 문제의 내부에서 나온다. 그 문제를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보다 그걸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상황에 깊이 이입할 수 있는 능력은 혁신의 중요한 조건이다. 이렇게 파악된 문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접붙이면 아이디어가 된다. 그 가능성의 예시로 먼저 기술을 들 수 있다.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세계의 극빈 계층에게 간단하게 물을 정화해서 마실 수 있는 기구(라이프 스트로)를 발명해 선물한 국제구호단체의 활동은 과학 기술을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한 전형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는 없다. 혁신자들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들을 시험하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을 결합한다. 혁신이 주로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통해 산출됨을 생각해볼 때, 여러 아이디어들을 조합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 외에도 기업의 경우 사회적 아이디어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이노센티브Network innocentive’ 사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알리고 여기에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현금으로!) 제공한다.
두 번째는 이렇듯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험해보는 것이다.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원래 아이디어가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서 개선되거나, 아니면 폐기된다. 아이디어를 이렇듯 프로토타입으로 실험해볼 때의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열의를 북돋을 수 있다는 점이다(눈으로 직접 보면 더 신날 테니까). 첫 번째 시도는 대개 결함투성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 국가 건강보험이 실시되는 데 40년이 걸렸다. 라디오는 자리잡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라디오의 초기 개척자들은 시민들이 전화처럼 친구와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방송 시간을 구매할 거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위키피디아도 처음 나왔을 때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단계를 제대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원이 필요하다. 저자는 재단이나 자선 사업가들,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해서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재료를 구하라고 조언한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환경이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에 썩 좋은 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영국 사람이다. 아쉽게도 펀딩을 받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빠져 있다(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 두 번째, 현실에서의 실험 단계는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요한 단계 중의 하나다. 별로인 아이디어들은 대개 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스러진다. 그러나 실패 경험으로부터도 성공을 위해 필요한 힌트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새뮤얼 배켓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다시 시도하라. 또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실패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두 번째에서 아이디어의 타당성이 증명된 다음에 온다. 저자는 이를 규모화scaling up라고 부른다. 먼저 적절한 전략과 적절한 비전을 갖추고 더 큰 조직들(정부나 기업 등)과 적절하게 협업하고 후원자를 적절하게 설득하면서 사업의 결과를 평가할 적절한 잣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말하자면 검증된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에 갖고 들어가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다. 규모화하는 방법은 각 아이디어들의 성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어쨌든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치 교회에서 전도하듯이 설득과 운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나갈 수도 있고, 이를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동종업계에 있는 다른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흩뿌릴 수도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유효수요를 확보해야 한다(쓰이지 않는 아이디어는 퍼지지도 않을 것이므로). 또한 조직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는 경영 능력과 재정, 인력, 소통 능력, 브랜드, 정체성, 네이밍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이 과정을 먼저 밟았던 혁신자들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큰 기성 조직들이 얼마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 때 파급 효과가 더 커진다고 증언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학습과 진화’다. 앞선 사업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반성하고 개선하는 단계다. 사실 이렇듯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최후의 결과물은 애초의 의도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 되어있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결과들이 나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딴 판으로 변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시도해 보면서 아이디어는 점점 진화한다.
3. 한국에서 사회혁신은 가능한가?
해방과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많은 사회 활동들의 주체가 정부였다. 교육을 비롯하여 사회 제도, 정치 환경, 경제 구조로부터 문화 방면에 이르기까지 국가 권력의 입김이 닿지 않은 사회 분야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전쟁으로 사회 전체가 한번 리셋된 다음 가장 먼저 세워진 게 정부와 정치권력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유럽의 경우 시민사회가 주도해서 왕정을 무너뜨리고 정부를 세운 역사가 있으므로 국가 이전에 시민사회가 있었고, 그 전통에 따라 시민들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사회 운동을 조직해나가는 데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 이후 미군정에 의해 미국식 제도가 별다른 수용 절차 없이 그대로 수입되었고, 미군정에게 공인 받은 정치권력이 국가를 주도하면서 시민사회가 제대로 토론하면서 성숙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국가 제도, 절차로서의 민주주의가 먼저 도입되었다. 여기에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더해져 정치권력(+군)이 자기를 정당화하고 재생산하는 명분으로 이용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논의를 통한 시민사회의 성숙을 방해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는 주로 정치권력과의 투쟁을 통해 성숙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정치권력과 산업화 시대를 통해 성장한 경제권력에 의해 주도된다. 1960년대와 똑같이 아직 ‘경제 살리기(소위 민생)’가 정치 권력이 시민사회의 논의를 무시하는 레토릭으로 이용되고, ‘서명운동’이나 ‘청원’같이 시민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수단은 갖춰졌지만 실제 사회 혁신에는 별다른 영향력(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국가의 역량은 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에 맞춰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공익적) 목적을 가진 시민 주도의 운동은 그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외국에서 시작된 국제 단체들이 주도하는 운동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이슈를 다룬 사회혁신은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역시 현실이다. 본문에서 저자가 혁신의 시발점으로 꼽은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의해 수렴되어 대기업 로고를 달고 나온다. 이는 그만큼 사회 혁신을 위한 제도적, 구조적 환경이 마땅치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social 운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서울시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관련 스터디 모임이 조직되고, 대학원에서 관련학과들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이라는 말이 (주로 ‘영리적’이라는 말과 반대되는 뜻에서) 알려지고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시작되는 단계인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 이 분야가 더욱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사실 펀딩 확대가 핵심이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사회 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큐베이팅 단계를 거쳐야 하며(다 돈이다), 이후 구체적인 사업 단계(역시 다 돈이다)에서도 비영리적 가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 저자는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단위와 자본을 가진 큰 단위가 협업할 때 사회혁신이 가장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을 가진 큰 단위란 아마 정부 아니면 대기업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상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을 통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 / 조성엽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배우는 중. 책 속의 이론을 현실의 운동으로 바꾸기 위해 공부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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